"조국 통일을 바라며"와 "願祖國統一"

민족 문제 연구소의 월간지 민족 사랑 2003.1 월치에 붓글씨 작품이 하나 같이 왔다. "願祖國統一" 그 위에는 "근하신년", 아래에는 "계미원단 민족문제 연구소...." 도장등이 모두 한자로 적혀 있었다. 한글은 한 자도 없다.

민족 통일을 바라는 "마음"은 붓글씨를 쓰신 분이나, 연구소 회원이나, 글쓴이나 모두 같다. 그러나 그 마음을 나타내는 방식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한다.

먼저 남쪽 안에서부터 생각해보자. 한글 위주로 배운 세대에게는 첫째, 한자를 읽는 것 자체가 좀 부담스러워 잘 읽지 않고 지나치기 쉽다. 둘째, 설사 한자를 읽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원조국통일"이라고 하여 동사를 목적어보다 앞에 두는 중국식 표현이 좀 낯설다. 우리 한말에서는 동사가 목적어보다 뒤에 온다. 우리 말로 하면 "조국 통일을 바라면서"쯤 될 것이다.

그리고 남쪽 안에서 한자를 배우지 못한 사람은 이것을 아예 읽지도 못한다. 한자를 모르는 무식쟁이 민초는 통일 대열에도 끼지 못한다는 뜻인가?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 방식은 무식쟁이도 같이 힘을 합하는 것이 아닌가?

만일 한자 작품이 마음에 드는 사람은 이런 걸 한 번 상상해 보길 바란다. 영어를 많이 배운 사람이 "Let's Unify two Koreas"라고 쓴 액자를 걸어둔다면 한자를 종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지난 월드컵 때 "Be the Reds"라고 하여 실제 일어났던 상황이다.) 아마 대단히 불쾌해하지 않을까?

이제 북쪽을 한 번 생각해보자. 그 쪽은 일상 생활에서는 한자를 안 쓴다. 따라서 이 작품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엄청 많다. 만일 연구소에 이런 액자가 걸린 것을 사진으로 북쪽 동포가 보고, 남북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 그 동포의 가슴 속에 일어나겠는가?

생각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진정 통일을 위하여는 남북 겨레 모두가 쉽게 읽을 수 있는 한글로 적어야 한다고 본다. 한자 작품이나 영어 작품은 원할 경우 자기 집에 걸어두는 것으로 끝내고, 일반 사람들 위한 데서는 한글 작품을 걸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2003.02.06) * * *